1. 19세기 말, 유아 사망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도 5명 중 1명이 기어 다니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 작은 몸집으로 태어난 조숙아들의 경우 사망률은 더 높았다.
2. 파리산과병원의 의사 ‘에티엔 스테판 타르니에’는 그런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온도 조절'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프랑스의 의료기관들이 광적으로 통계 자료에 집착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3. 그래서 그는 나무상자 밑에 뜨거운 물병을 놓고 허약한 아기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종의) 신생아 인큐베이터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 인큐베이터를 파리산과병원에 설치해서 500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4. 연구 결과는 큰 충격을 주었다. 저체중으로 출생한 아기들의 66%가 생후 일주일 내에 사망한 것과 달리, 타르니에의 인큐베이터에 넣어둔 아기들은 38%만이 사망했다.
5. 동물원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들에게 하는 것처럼만 해줘도,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들의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6. (시간이 흘러)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모든 병원에는 산소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가진 현대적 인큐베이터가 표준 장비로 갖춰졌고, 1950~1988년 사이에 유아사망률은 75%나 감소했다.
7. (그런 의미에서 나무상자와 물병에서 시작된) 인큐베이터의 발명은 20세기 그 어떤 의학적 발전에도 뒤지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나 관상동맥우회술은 10~20년을 더 살게 해줄지 모르지만, 인큐베이터는 평생을 살게 해주니까.
8.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유아사망률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현대식 인큐베이터는 복잡하고 값이 비싼 기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병원에서 사용되는 표준적인 인큐베이터는 한 대에 4만 달러(=약 4800만 원)가 넘는다. 그리고 기계의 복잡성 때문에 쉽게 고장이 나고,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하는) 전문 기술자가 있어야 하고 부품도 필요하다.
9. 2004년, 쓰나미가 인도양을 덮친 후 인도네시아의 메울라보 시는 국제 구호단체들로부터 8대의 인큐베이터를 기증 받았다. 하지만 2008년에 MIT의 ‘티모시 프레스테로 교수’가 그 병원을 방문했을 때 8대의 인큐베이터는 모두 고장난 상태였다.
10. 일부 연구에 따르면, 개발 도상국과 후진국에 기증된 의료기기의 95%가 5년 이내에 고장난다.
11. 프레스테로 교수가 설립한 ‘디자인댓매터스(Design that Matters)’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믿을 수 있으며, 고장이 나더라도 손쉽게 고쳐서 쓸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개발해왔다.
12. 후진국에서는 부품의 공급도 원활하지 않고, 숙련된 수리 기사도 거의 없기 때문에 프레스테로 교수팀은 후진국에 많이 있는 부품들을 가지고 인큐베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보스턴의 ‘조나단 로젠’이라는 의사가 처음 생각해낸 것이었다.
13. 로젠은 후진국의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자동차는 수리해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로젠은 에이컨이나 노트북 컴퓨터, 케이블TV는 없어도 자동차는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프레스테로 교수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자동차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만들면 어떨까요?”
14. 그렇게 3년 후 디자인댓매터스 팀은 ‘네오너추어(NeoNurture)’라는 이름의 견본품을 만들었다. 겉모습은 현대적 인큐베이터로 보이지만, 내부 부품은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것들이었다. 전조등이 인큐베이터 내부에 온기를 공급하고, 계기판의 환풍기가 공기를 순화시켰다.
15. 특히 네오너추어는 수리하는 데 필요한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 없었다. 매뉴얼을 읽을 줄 몰라도 상관 없었다. 자동차의 깨진 전조등을 갈아 끼우는 방법만 알면 충분했다.
16. 사람들은 획기적인 혁신일수록 극적으로 묘사하는경향이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네오너추어와 같다.
17. 흔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비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오래된 아이디어와 경직된 전통들을 뛰어넘어 떠올린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좋은 아이디어라는 건 원래 주위에 있는 쓰레기처럼 놓여 있는 것들을 이용하면서 만들어진다.
- 썸원레터 (2022-04-03) [원문](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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