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피’라는 내 환자는 한국에서 온 스탠퍼드대학교 학부생이었다. 그녀는 우울감과 불안감 때문에 도움을 받으러 나를 찾아왔었다. 그녀는 자신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인스타그램 하기, 유튜브 보기, 팟캐스트와 플레이리스트 듣기 등 일종의 기기에 의존한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2. 나는 그녀에게 수업을 받으러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듣지 말고 생각이 수면 위로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녀가 물었다. “제가 왜요?”
3. 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거든요. 자신의 경험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펼치는 거죠. (순간적인 쾌락을 주는) 전자 기기만 붙잡고 지내는 게 (오히려) 소피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을 거예요”
4. “(인스타그램 등 그게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고 해도) 매번 자신을 피하는 건 정말 지치는 일이에요! 소피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경험하는 일은 새로운 생각과 기분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사람과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게 할 거예요. (지금은 고작 등굣길에 아무것도 듣지 않고 가는 것쯤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5. (내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지루하잖아요?”
6. 나는 말했다. “그렇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지루함이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해요. (지루함은)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만들죠.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게 될 거예요”
7. 그다음 한 주 동안, 소피는 아무것도 귀에 꽂지 않고 다녀봤다. (그 후) 그녀가 말했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러고 나서 익숙해지더니 (이젠 그 지루한 순간들이) 좋아지기까지 하더라고요. (덕분에) 주변에 나무들이 있는 걸 알기 시작했죠”
8. 우리는 모두 (지루함을 포함해)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9. (이처럼)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10. (과거와 비교하면)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의학적 진보와 함께 걸어가는데, 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11.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 비참한 이유는,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빠르게)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 썸원레터 (2022-11-06) [원문](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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