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원레터

💭 쉬면 감각이나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에게

damdam5823 2025. 7. 30. 12:50

1. 한 15년 전만 해도, 2일 연속으로 쉬면 무슨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많았다. 연속으로 쉬면, 훈련으로 습득한 내용을 잊어버린다는, 뭐 그런 (개떡 같은) 논리였다.

2. 예컨대,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탈 줄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취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게 언제냐고 물으면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고 답할 테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탈 수 있냐고 물어보면 다 탈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3. 이렇듯, 우리가 몸에 기억시켜놓은 감각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평생 야구만 한 야구선수가 며칠 쉰다고 해서 그동안 습득한 기술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4. 지난 2021년 2월 설 연휴에 5일을 쉰 고교 야구선수들이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설 연휴라서) 5일간 쉬어서 불안합니다”

5. 그래서 나는 이렇게 되받아쳤다. “5일 쉬고 난 다음에 연습을 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니? 5일 쉬었다고 야구를 못하는 건, (그건) 원래 야구를 못 해서 그런 거지, 5일 쉬어서 야구를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6. (지금까지) 나는 야구선수가 체력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인들은 휴식을 많이 하면 감각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기에) 지도자들은 당연하고 선수들조차도 쉬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7. 돌이켜보면, 나 역시 휴식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약 25년 전 수능시험 전날의 일이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겠다며 방바닥에 엎드려 공부를 하다가 잠들어버렸는데, 다음 날 내 몸상태가 어땠을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심지어 시험 당일에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교실에 들러 문제집을 찾아 고사장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복습하기까지 했다.

8.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시험 결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시험 시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9. 이런 행동들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저 불안한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시험을 못 봤으면 내가 실력이 없었던 것이지, 전날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문제집을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10.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밤늦게까지 훈련을 시키는 지도자나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다음 날 잘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불안해서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11. 진짜 다음 날 잘하고 싶으면 야구장 나오기 전까지 푹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밤늦게까지 훈련을 안 해서 불안하다면 몸을 혹사시키지 말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건 어떨까?

12. (그렇기에) 내일 중요한 일이 있다면, 지금 무엇을 하는 게 진짜 내게 도움이 될지 잘 생각해보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일 하는 일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불안해서 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보라는 얘기다.

13. 대부분은 불안해서 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준비가 덜 되어 있을 때 불안은 더 크게 찾아온다. (준비는 미리미리 하는 것이다. 바로 전날 늦게까지 하는 게 아니라)

14. 그렇게 부족한 준비를 (하루 만에) 매우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 성대결절이 와서 오디션을 망치는 참가자가 되거나, 시험시간에 졸려서 답안지를 밀려 쓰는 일은 하지 말자.

15. 여러 번 얘기하지만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휴식을 통한 컨디션 회복과 유지는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썸원레터 (2022-11-12) [원문](이지풍, <뛰지 마라, 지친다>)